독일 가곡 하면 떠오르는 작곡가는?
베토벤과 슈베르트라고 대답한다면 당신은 클래식 애호가입니다.
하지만 이 두 작곡가 중 누가 더 유명하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베토벤이라고 답할 거예요.
왜 그럴까요? 그것은 아마도 대중매체나 광고 등 여러 매체들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음악들이 주로 베토벤의 작품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슈베르트는 어떤가요? 아마 아는 곡이 몇 개 없을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송어’라는 노래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을 테니까요.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의외로 많은 명곡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특히 이번에 소개할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는 1823년에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대표적인 연가곡집이랍니다.
연가곡이란 무엇인가요?
연가곡(連歌曲)이란 말 그대로 가사가 연결되어 있는 가곡 모음집을 말합니다.
원래 서양음악에서는 시와 음악이 결합된 형태인 예술가곡이라는 장르가 따로 존재했습니다.
이러한 예술가곡은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이르러 다양한 형식으로 발전하게 되는데, 한 명의 시인이 쓴 같은 제목의 시를 가지고 여러 개의 독립된 악곡을 만든 후 이를 연속적으로 연주하는 방식이 유행하게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성악곡을 가리켜 연가곡이라 부르게 된 것이죠. 예를 들어 괴테의 시에 곡을 붙인 <마왕>처럼 말이에요.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는 어떤 내용인가요?
작품 속 주인공인 청년은 자신이 사는 마을 근처에 있는 물레방앗간 주인의 딸을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녀와의 결혼을 꿈꾸며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모읍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방앗간 처녀로부터 청혼을 받게 되지만 막상 그녀 앞에 서자 말문이 막히고 맙니다.
결국 제대로 고백도 하지 못한 채 도망치듯 자리를 떠나버리고 만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용기를 내어 그녀를 찾아가지만 이미 그녀는 다른 남자와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고 살고 있었죠.
절망한 청년은 실의에 빠져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비록 비극적인 결말이지만 청춘 남녀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서정적인 멜로디 덕분에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
제목처럼 물의 이미지가 많이 등장하나요?
그렇다.
첫 번째 장(제1곡)에서부터 “아, 나의 가슴이여”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것은 마치 내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솟아오르는 감정을 표현한 것 같다.
두 번째 장(제2곡)에서는 냇물이 졸졸 흐르는 모습이 그려진다.
세 번째 장(제3곡)에서는 작은새들이 즐겁게 지저귀는데 이러한 장면 속에서 나는 그녀에게 푹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네 번째 장(제4곡)에서는 이제 막 꽃봉오리가 맺힌 장미꽃 한 송이가 보이는데 그것은 곧 피어날 아름다움을 의미한다.
다섯 번째 장(제5곡)에서는 마침내 주인공이 고백을 하고 둘은 결혼식을 올린다.
이렇듯 전체적으로 물이라는 소재가 자주 등장하며 특히 제6곡에서의 물가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가사 중에 나오는 단어 뜻 좀 알려주세요~
첫 번째 장(제1곡): 아, 나의 가슴이여 -> '아'는 감탄사이며, '나의 가슴이여'는 화자가 느끼는 내면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부분이다. 즉, 화자는 지금 무언가에 깊이 감동받은 상태임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장(제2곡): 산골짜기 사이로 흘러내리는 시내 -> '산골짜기 사이로 흘러내리는 시내'는 자연풍경을 묘사한 부분이다. 실제로 작중 배경은 시골마을이기 때문에 개울가나 계곡 등 주변 환경이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세 번째 장(제3곡): 조그만 방울새야 -> '조그만 방울새야'는 작고 귀여운 존재를 부르는 호칭이다. 따라서 앞으로 나올 여성인물 또는 대상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네 번째 장(제4곡): 어여쁜 장미꽃 한 송이 -> '어여쁜 장미꽃 한 송이'는 여자주인공 클라라를 상징하는 시어이다. 처음엔 수줍음 많은 소녀였지만 나중에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인으로 성장한다는 점에서 착안하였다.
다섯 번째 장(제5곡): 너랑 같이 살고 싶어 -> '너랑 같이 살고 싶어'는 남자주인공 페르난도가 여주인공 클라라에게 청혼하는 대목이다. 서로 호감을 갖고 있던 두 사람이 결국 연인관계로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슈베르트의 생애 및 작품세계에 대해 알려주세요.
독일 출신의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는 31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지만 무려 600여 곡 이상의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천재 작곡가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보인 그는 10대 때부터 본격적으로 작곡을 시작했고,
17세부터는 당시 오스트리아 빈에서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던 궁정악단 단원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걸작들을 만들어냈죠.
그러다 25세 되던 해에 갑자기 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죽기 직전 친구이자 후원자인 포글을 위해 마지막 유작인 현악 4중주 D.958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한편 생전에 출판된 거의 모든 작품이 사후에 악보로 출판되는 바람에 현재 남아있는 자료로는 정확한 창작 시기를 알 수 없다고 하네요.
앞서 언급했듯이 안타깝게도 슈베르트는 살아생전 단 한 번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 역시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죠. 다행히도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재평가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제는 고전파 이전의 위대한 작곡가로 추앙받고 있답니다.
- 슈베르트 연가곡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 D.795 / 피셔 디스카우-바리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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